
2023시즌 LG는 무려 29년 만의 한국시리즈(KS) 우승을 차지하며 그간의 ‘한풀이’에 성공했다. 염경엽 LG 감독을 포함한 코치진과 주장 오지환을 중심으로 모인 선수단, 한 시즌을 치르며 열성적인 응원을 보내준 팬들까지 하나가 되어 우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그중 한 사람. 이호준 LG 타격코치만은 마음껏 웃지 못했다. 주변 모두가 가슴 속 응어리를 해소하는 와중에도 그의 가슴 한편에는 또 다른 한이 맺혔다.
이 코치는 LG가 올해 가장 중요한 KS 경기를 앞둔 상황에서 원치 않는 소문의 주인공이 됐다. 앞서 10월31일 경질된 김원형 전 감독 대신 SSG의 차기 사령탑으로 내정됐다는 언론 보도가 발단이다. KS를 마치고 난 뒤 SSG 측과 감독 면접을 진행하려고 했던 이 코치는 난감한 상황에 부닥쳤다. 그는 KS를 코앞에 두고 팀 분위기를 어수선하게 만들었다는 생각에 오랜 기간 속앓이를 할 수밖에 없었다.
이 코치는 지난달 13일 LG가 시리즈 전적 4승1패로 KS 우승을 결정지은 이후에도 한동안 집에만 머무르며 사람과의 만남을 피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그는 그달 30일 열린 ‘2023 스포츠서울 올해의 상’에서 ‘올해의 코치’로 뽑히고도 시상식에 불참했다.
프로야구 OB모임인 일구회가 지난 8일 개최한 ‘2023 일구상 시상식’에서 만난 이 코치는 그간의 심적 고통에서 조금은 벗어난 모습이었다. 이날 프로 지도자상을 받은 이 코치는 “솔직히 너무 우울했다. 일주일 정도는 집밖에 나가지도 않았다”며 “(오늘은) 더는 피하지 말자는 생각으로 나왔다. 올해 우승하고도 즐기지 못했던 것은 내년에 다시 우승 트로피를 들어 기절할 만큼 즐기고 싶다”고 크게 웃었다.
이제 이 코치의 한풀이는 선수들이 돕는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LG 측과 협상 중인 임찬규는 “선수들 모두 이 코치님을 존중하고 있었기 때문에 전혀 미안해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며 “지금부터라도 짧게나마 즐기셨으면 좋겠고, 그게 안 된다면 내년에도 즐기실 수 있게 선수들이 잘 해낼 거로 믿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