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은행채 금리가 하락하고 시중은행의 대표 정기예금 금리(1년 만기 기준)도 3%대로 내려왔다. 은행채 금리가 떨어져 주택담보대출 고정(혼합형) 금리는 연 3%대 중반까지 하락했다. 그러나 최근 채권금리가 빠르게 내린 만큼 다시 반등할 수도 있어, 대출금리가 추세적으로 하락하기를 기대하긴 이르다는 전망이 나온다.
11일 은행연합회가 공시한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대표 정기예금 상품 금리는 연 3.90~3.95%다. 약 한 달 전인 지난달 9일 이들 은행의 정기예금 금리는 연 3.95~4.05%였으나, 한 달 사이 4% 상품이 사라졌다.
현재로선 예금금리를 올리면서까지 정기예금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필요성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단기 자금시장이 경색됐을 때는 당국이 은행채 발행을 사실상 금지했으나, 현재는 이런 제한이 없어 은행채로 자금을 조달하기 용이하다. 은행채 1년물 금리는 지난달 9일 4.122%에서 이달 8일 3.895%로 하락했다. 은행이 은행채 금리보다 더 높은 금리를 정기예금에 제공할 유인이 없는 셈이다.
은행의 조달 비용에 해당하는 수신금리가 내리면 대출금리도 하락하게 된다.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의 지표가 되는 은행채 5년물 금리는 지난달 9일 4.442%에서 이달 8일 4.038%로 내렸다.
이에 따라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는 이날 연 3.66~5.65%로 집계됐다. 일부 은행이 고정금리 대출의 비중을 늘리기 위해 금리를 대폭 내린 영향으로 최저금리가 은행채 5년물보다 낮아졌다. 약 한 달 전인 지난달 16일(4.03~6.04%)과 비교하면 최저·최고금리 모두 앞자리가 바뀌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장기적으로는 금리가 내릴 것으로 예상하더라도 고정금리 대출을 찾는 소비자가 더 많다”며 “현재 고정금리가 변동금리보다 낮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기예금과 은행채 금리가 지속해서 하락하면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의 지표인 코픽스(자금조달비용지수·COFIX)도 떨어지게 된다. 코픽스는 국내 8개 은행이 취급한 수신 상품의 가중평균금리다. 지난 10월 코픽스는 3.97%로, 두 달 연속 상승이었다.
전문가들은 은행채 금리가 횡보하거나 반등해 예금금리가 4% 주변에서 등락한다면 코픽스가 당장 내림세로 돌아서긴 어렵다고 전망한다. 시장에선 최근 주요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커져 채권금리가 빠르게 떨어진 것을 주시하고 있다. 지난 8일 국고채 3년물 금리는 3.461%로, 한국은행 기준금리(3.50%)보다 낮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서 매파적(긴축선호) 신호가 나온다면 은행채 금리가 다시 뛸 수 있다. 안재균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달 12~13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거치면서 한국 기준금리가 인하되리라는 기대도 재조정될 전망”이라며 “연말연시에 금리 상승 되돌림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